때는 2006년의 마지막쯤.. 되는날..

회사 팀원들과 강화도 어느 팬션으로 MT 를 갔다.

거기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그분들이 매 년말이 되면 전국을 걸어서 마지막에 이 팬션에서 자고가는 젊은이가 있다는 것이다.

순간 뭔가 커다란 충격이 내 뇌리를 강타했다.

뭔지는 잘모르겠는데...

나도 그래보고 싶었다.

그래 그리곤 다짐했다.

꼭 하자!


집에도착해서 그 계획을 생각해 봤는데

당장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코스는 어떻게 정할지, 뭘가져가야할지, 집에 뭐라 말해야할지, 춥지는 않을지....

포기?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나 아직 시간은 많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 도보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것이 없으니 "한비야 - 바람의딸 우리땅에 서다" 라는 책을 읽도록 하자.

- 인터넷을 뒤져서 코스를 정하자

- 코스가 정해지면 필요한 물건을 추려내자.

-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키우자!

- 출발은 2월말로 하고 출발하기 2주전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필요한 물건을 사자


그때가 1월초 쯤 되었었는데..

혹 내가 포기해버리면 어쩌나 해서.. 지금까지 비밀리에 진행했다.

비밀리에 진행하면 포기해도 나만기분 안좋으면 되니까..

뭐 언제나 이런식이었지...



먼저 "한비야 - 바람의딸 우리땅에 서다" 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은 나에게 많은것을 일깨워 주었다.

도보여행 계획의 일환으로 봐서그런지는 몰라도 모든것이 나에게 맞는 내용인거 같았다.

"도보여행은 아무나 할수있는것이다", "그리 큰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의 힘..."

예전에는 솔직히 이런계획을 세워도 포기하기 일수였다.(아니 모두 포기했다고 하는게 맞겠다.)

그러나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준비할게 그리 많은건 아닌데..

중요한건 준비를 하나 하나 할때마다 나약한 내맘을 잡아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저 말을 믿는다.

이 책은 나에게 더확실한 의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두번째로 한일은 코스 정하기 였다.

먼저 어디로 걸어갈까 했는데..

생각끝에 결정한것이 서울집에서 강릉집 까지 걸어가기 였다.

어짜피 강릉으로는 가야될꺼 같고 여행을 빌어서가는게 가장 효율적일꺼 같았기 때문이다.

한비야님은 책에서 지도를 보며 코스를 정했다고 했는데..

요세는 인터넷 지도가 활성화 되어있어서 구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알맵" 을 이용해서 서울집에서 강릉집까지 경로를 탐색해서 가장 빠른 국도를 찾아냈다.

6번국도 였는데 이걸로 계산해보니 하루 약 30km 를 걸어서 8일이면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루치 걸어가는 거리의 마지막에는 마을이나 교회 혹은 여관을 위치시켜서 잘수있도록 했다. (교회나 절 같은 종교시설은 잘 재워준다고 한다.)



이제 코스 정하기 까지 마치고났는데 중요한 난관에 부딪쳤다.

회사가 끝나고 입학하기전에 8일정도 시간을 내면 필시 설날이 끼기때문이다.

안그래도 집에 허락맞지도 않았는데 설날이 끼어버린다면 절대 안해줄꺼같았다.

어찌할까.. 몇일간 고민했다.

솔직히 그때까지 집에는 그저 한 일주일간 여행간다고만 말해놨었다.

그냥 가버릴까?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실하자.." 라는 내 핸드폰 제목처럼 속일순 없다.

가족들을 속이고 가면 맘이 편할리가없다.

떳떳하게 같다오는것이 느끼고 깨닫는데 가장 좋을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다가 회사 를 좀 일찍 퇴사 하기로 결정했다.

설날전에 돌아올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서 말이다.

여기서도 고민을 했는데.. 일찍 퇴사하면 설날 보너스를 못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있어 뭐가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봤을때 설날 보너스는 아니었다.



그리고는 이제 가장 큰난관이 버티고 있었다.

집에 허락맞기...

내나이 25살... 사회에서는 성인 이라고 부르는 나이다.

나보다 더큰 부모님이 계신데 어디 성인이라고 부를수 있으랴..

부모님앞에선 언제나 아이인것이다.

결국 집에 전화를 했다.

몇일전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어떤이는 도보여행 계획을 큰맘먹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의외로 혼쾌히 허락하셨다고 한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말씀을 드렸는데....

결과는 "절대불가" 였다.ㅡ.ㅡ;;

춥고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뭐 부모님입장에선 당연한 처사지만

나는 정말 이 기회를 놓칠수 없었습니다.

내가 계획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것은 의지를 이어나가는 것 이었다.

뭐 물품준비 코스준비 이런거는 인터넷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에 의지를 이어나가는것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이 의지가 꺾이면 부모님말씀대로 따뜻한 봄에도 안갈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부모님이 아들 위험한데 간다는데 쉽게 허락할까?

그래도 계속 설득해서 결국 허락을 얻어냈다.

뭐 허락이라기보단 "내 너한테 졌다." 수준이었지만 이젠 가지말라는 말은 안하신다.




이제 걸릴께 없었다.

침낭과 랜턴을 주문하고 방한용으로 옷을 조금 사고

마침 집에 베낭이 있어서 가져왔다.

그동안 회사 끝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나름대로 체력은 있다고 자부한다.

이제 준비가 됬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로봤을때 포기하지않고 이까지 온게 신기할따름이다.




무협지에선 어지간히 수련한 고수들은 다음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피나는 수련보다 한순간의 깨달음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비록 내가 어지간한 고수라고 할순 없지만 깨달음을 얻고자 떠나려한다.

누가 알어? 화경의벽을 허물고 올지...ㅋㅋ


이 여행으로 나에대해 좀더 잘 알수있게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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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anix 2007. 2. 7. 22:21
이 책을 모든 여행자에게 바친다.

이국의 거리를 걷거나,

길고 긴 인생을 걷거나,

마음의 미로를 걷고 있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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